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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의 죽음과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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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모노폴리 작성일20-03-13 16:51 조회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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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의 죽음과 부활

음악극 연출을 통한 작품의 재탄생

이용숙 지음 / 본문 부분컬러/ 2020년 3월 16일 출간 / 22,000원

 

책 소개

세아 이운형 문화재단 총서 8권. 이 책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극 〈파르지팔〉의 다양한 연출 분석을 통해, 오페라에 적용된 레지테아터(Regietheater)가 오페라 원작의 문제점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였다. 이론적인 면에서는 레지테아터의 현황과 미학적 경향을 고찰하고, 내용 면에서는 13세기 기사문학 작품인 볼프람 폰 에셴바흐의 〈파르치팔〉을 바그너가 어떤 방식으로 수용하고 해석해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었는가를 살펴본 뒤, 이 작품의 문제점들이 현대 레지테아터의 구체적인 연출 사례들을 통해 어떻게 극복되었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이 책은 저자 이용숙의 2018년 서울대학교 공연예술학 박사학위 논문 「바그너 파르지팔〉의 레지테아터(Regietheater) 연구: 〈파르지팔〉은 레지테아터를 통해 어떻게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했는가」를 바탕으로 다듬은 책이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총서의 한 권으로 간행하게 되면서 논문식 표현을 피하기 위해 제목을 ‘바그너의 죽음과 부활’로 바꿨다. 여기서 ‘죽음’이란 자연인 바그너의 죽음이 아니라 바그너 작품의 죽음을 의미한다. 시대적으로 의미를 상실한 바그너 음악극의 전통적 연출방식을 현대적 방식으로 바꿔, 우리 시대 오페라극장 관객들에게 바그너의 극과 음악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자는 의도로 시작한 연구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극 〈파르지팔〉의 다양한 연출 분석을 통해, 오페라에 적용된 레지테아터(Regietheater)가 오페라 원작의 문제점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는가를 연구한다. 이론적인 면에서는 레지테아터의 현황과 미학적 경향을 고찰하고, 내용 면에서는 13세기 기사문학 작품인 볼프람 폰 에셴바흐의 〈파르치팔〉을 바그너가 어떤 방식으로 수용하고 해석해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었는가를 살펴본 뒤, 이 작품의 문제점들이 현대 레지테아터의 구체적인 연출 사례들을 통해 어떻게 극복되었는가를 분석한다.

 

1960년대에 서구에서 시작된 사회적 반권위주의 운동은 작가와 텍스트의 절대적인 권위를 부정하는 수용자 중심의 문화이론을 발전시켰다. 이와 더불어 가능해진 텍스트 해석의 다양성은 극작품을 해석해 무대에 올리는 연출의 다양성으로 연계되었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연출가 중심의 극인 레지테아터는 연극연출가가 오페라연출을 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70년대에 들어 자연스럽게 오페라 분야로도 전파되었다.

 

연극 분야에서는 레지테아터라는 개념이 점차 사라지면서 수행성과 매체성을 강조하는 포스트드라마가 부상했지만, 장르 형식의 복잡한 특성으로 인해 오페라 분야에서는 여전히 레지테아터가 대세를 이룬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음악 텍스트를 보존하면서 연출을 해체하는 오페라 특유의 레지테아터 전략, 그리고 역사성과 현재성 사이를 오가는 연출방식을 고찰한다.

 

바그너 자신이 대본을 직접 썼기 때문에 바그너의 음악극은 다른 어떤 작곡가의 음악극보다도 가사와 음악의 조화 면에서 탁월한 예술성을 인정받는다. 독일어가 이탈리아어만큼 음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이탈리아 오페라보다 열등하게 취급 받았던 독일어 음악극을 최고의 경지에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바그너는 대본에 상세한 무대 지시를 써넣고 자신의 모든 작품을 직접 연출한 ‘최초의 본격적인 오페라 연출가’이기도 했다.

 

그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극장 내부 구조를 바꿔가면서까지 심혈을 기울였던 최후의 역작 〈파르지팔〉은 중세 기사문학의 대표적 작가 중 한 사람인 볼프람 폰 에셴바흐의 〈파르치팔〉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기사 가흐무레트의 유복자로 태어난 파르지팔이 말 탄 기사들의 모습에 반해 자신도 기사가 되려고 어머니를 뒤로 한 채 집을 떠나 기사 수업을 받으며 온갖 모험을 겪는다. 파르치팔은 처음엔 천방지축이고 배려 없는 인간으로 묘사되지만, 많은 모험과 자기 성찰 끝에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을 배워 훌륭한 기사로 성장한다.

 

바그너 〈파르지팔〉은 이 중세문학작품에 대한 하나의 ‘해석’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볼프람 폰 에셴바흐의 작품에서 바그너가 원작대로 사용한 요소와 빼고 더한 요소를 분석해, 그가 어떤 의도로 원작을 달리 해석했으며 자신이 행한 변형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했는가를 파악한다. 또한 모차르트-베토벤-베버로 이어지는 독일 음악극의 전통이 바그너에게 미친 영향을 고찰하고, 바그너의 무지크드라마가 갖는 교향악적 특성을 쇼펜하우어의 음악철학과 연관 지어 분석함으로써 왜 이 책이 레지테아터 연출의 필연성을 드러내는 예로 〈파르지팔〉을 택했는가를 명백히 한다.

 

그의 전작들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바그너 〈파르지팔〉의 근간은 신화와 상징이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바그너 음악극 연출가들은 이 작품을 꾸준히 탈신화화하고 있다. 레지테아터 연출을 통해 원작의 배경을 현대로 옮겨놓고, 하이퍼텍스트를 이용하여 변화된 의미를 채워 넣거나 원작과는 다른 방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파르지팔〉을 무대화했을 때 이 작품의 비현실적인 텍스트에서 오는 지루함, 부조리함 또는 이데올로기적 혐오감을 지울 수 있는 방식은 바로 연출가가 바그너의 비난 받을 수 있는 의도와는 다른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파르지팔〉의 대본 내용과 관련한 비판들을 분석하고, 이 비판의 논점을 지우면서 새로운 의미로 〈파르지팔〉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든 참신한 지평의 연출 다섯 편을 연구했다. 한스 위르겐 쥐버베르크는 바그너의 인간적 본질과 이데올로기를 연출에 담았고, 페터 콘비츠니는 에로스의 긍정과 양성의 화합을 통해 왜곡된 바그너를 구원했다. 스테판 헤르하임은 바그너의 저택 반프리트와 함께 독일 근현대사를 무대 위에 옮겨 독일의 과거를 청산하고 바그너의 민족주의와 인종주의를 극복했으며, 드미트리 체르냐코프는 신화를 해체한 리얼리즘 비극으로 바그너의 원작에 없던 인간적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베 에릭 라우펜베르크는 세상 모든 종교의 보수성과 교조주의가 일으키는 전쟁과 불화를 비판함으로써 바그너 〈파르지팔〉의 민족주의 및 기독교적 색채를 지웠다.

 

이들 다섯 명의 연출가가 각각의 개성적인 레지테아터 방식으로 해결한 첫 번째 비판의 논점은 〈파르지팔〉의 대본과 음악에 담긴 종교적 색채다. 특히 1막 성배기사들의 성찬식과 3막의 성금요일 장면은 기독교 회귀라는 비판과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이 책에서 분석한 연출가들은 성배 기사들을 엘리트 남성 결사가 아니라 다양한 국적과 종교를 지닌 이종(異種) 혼합집단으로 설정했다.

 

두 번째 비판은 이 작품의 대본에 드러난 바그너의 반유대주의와 민족주의를 향한다. 통일이 늦어진 독일이 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민족주의를 표방했던 시대에 바그너는 자신의 음악극을 통해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며 독일민족주의를 이끌었다. 특히 나치 독일이 패망한 2차 대전 이후에 이 작품에 담긴 인종주의와 민족주의 색채는 공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맡은 연출가마다 이런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는 연출 콘셉트를 고안해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이 책에서 분석한 연출가들은 이 점에서 모두 성공적인 결과에 이르렀다.

 

세 번째 비판의 핵심은 바그너가 평생 시달렸던 에로스의 욕망과 그 체념이 이 작품을 관류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에로스의 욕망은 모든 인간에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바그너의 경우에는 사생활에서 여성에 대한 병적 탐닉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남녀 간의 성 역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작품에서도 드러냈다. 여기서 분석한 레지테아터 연출들은 여주인공의 성격과 지위 및 인물관계를 달리 설정하고 결말까지 바꿔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다.

 

이 책은 위와 같이 〈파르지팔〉의 비판 쟁점들을 분석하고, 레지테아터 연출이 어떻게 이런 쟁점들을 해결해 바그너 대본의 약점들을 지우고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나게 했는가를 고찰했다. 레지테아터 연출을 통해 원작에 대한 비판을 상쇄할 수 있다면 바그너의 음악적, 극적 성과를 훨씬 효과적으로 보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용숙

음악평론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독문학,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과 음악학, 서울대학교에서 공연예술학을 공부했고 공연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연합뉴스〉 문화부 오페라전문 객원기자로 공연 리뷰를 기고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무지크바움 등의 강의와 방송 및 공연해설을 통해 음악과 인문학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드라마투르그로 오페라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저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지상에 핀 천상의 음악〉 〈춤의 유혹〉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공저 〈클래식 튠〉 〈오페라 속의 미학Ⅰ〉 〈오페라 속의 미학 Ⅱ〉, 역서 〈책상은 책상이다〉 〈알리스〉 〈천년의 음악여행〉 〈박쥐〉 등 40여 권이 있다. 제 6회 한독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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